김유정 | 유리북 | 1,000원 구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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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7-06-09
나와 점순이는 열일곱 동갑내기이다. 하지만 동등한 관계는 아니다.
점순이네는 소작권을 관리하는 마름 집안이다. 나의 식구들이 처음 마을에 들어와 집이 없어 어려울 때, 점순이네 집터를 빌리고 그 위에 집을 지어 신세를 졌기 때문이다.
이 때문에 나는 우리 닭을 때리고 괴롭히는 계집애에게 속 시원히 화내지도 못하고 눈치를 보곤 한다.
별로 우습지도 않는데 혼자 깔깔거리며 웃고, 좋아하지도 않는 감자를 먹으라 하고, 자신의 닭들을 괴롭히고…. 점순이의 행동은 도통 이해하기 힘들다.
도대체 점순이는 왜 자꾸 나를 괴롭히는 걸까?